글쓴이 : 이유진 학생기자 / 소속, 캐나다국제학교
2012년 5월, 설렘 반 긴장 반,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학여행 날이 다가왔고 출발 전날을 뜬 눈으로 지샌 채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원래 목적지는 홍콩과 마카오였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상하이로 계획을 돌리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번에 다녀온 상하이 여행은 내 생애 잊지 못할 최고의 여행이었다.
소중한 사람들과 떠나는 여행은 그 무엇보다도 값지다고 했던가, 3박 4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내 얼굴에서는 웃음이 그치질 않았다. 무엇을 먹든 무엇을 보든 친구들과 재미있는 선생님들과 함께였기에 나는 그 어떤 화려한 여행보다도 즐거웠다.
이번 여행으로 나는 상해를 두 번째 방문하게 되었다. 상해는 엄마 아빠가 젊은 시절 사랑을 싹 틔웠다던 곳이기 때문에 내게는 어느 정도 특별한 인식이 있는 곳이다. 또한 세계적인 국제 도시이기 때문에 홍콩과 마카오에 미련을 버린 채 두근거림을 가지고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첫 째날, 우리는 8학년, 9학년과 세분의 선생님을 합친 11명이라는 소수의 인원으로 연태 공항을 향해 떠났다. 가는 동안 부족한 잠을 채우고 어느덧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드디어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 중 몇 번의 기류를 만나 불안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한 시간 삼십분이 지나자 한 달이 넘도록 손꼽아왔던 상해가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우리는 당장 내리자마자 상해 공기를 맘껏 들이마셨고 상해 공항 앞에서의 기념사진도 잊지 않았다. 모두들 촌스러움을 느낄 새도 없을 만큼 한껏 들떠있었던 것 같다.
연태와는 다르게 상해의 주요 교통수단은 지하철이었고 상해 외각지역에 위치한 호텔로 이동하는 중에 우리는 상해의 매력에 한번 더 빠져들게 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동시간이 너무 길었던 탓인지 우리는 모두 피곤에 절어 동방명주에 들린 후엔 그저 호텔 주변만 맴돌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첫 째날인 만큼 욕심을 버리기로 하고 마음을 추스린 채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어 동이 트고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었다. 소수의 여행인지라 의견조절도 쉬웠고, 여행사 패키지와는 다르게 골라보는 재미 골라먹는 재미가 있었다. 우리는 먼저 시내에 위치한 밀랍인형 박물관으로 갔다. 처음 보는 밀랍인형이라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정말 살아있는 인형 같았고 우리는 그들을 흉내내기도 하며 우스꽝스러운 사진 찍기도 마다 않았다. 관람이 끝나고 드디어 상해의 명물거리 난징루로 향했다.
정말 많은 옷 가게들과 유명 브랜드 백화점들이 즐비했고 워낙 쇼핑을 좋아하는지라 눈이 이리저리 휙휙 돌아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너무나도 광대한 거리의 규모에 다리가 저려오기 시작했고 난징루의 위엄을 느꼈다. 또한 상해 곳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수많은 외국인들을 보았다. 연태에서는 국제학교 학생이 아니라면 구경하기도 힘든 외국인이 상해에서는 인구의 반 정도는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국제 도시라는 명성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수족관을 방문한 뒤 어느덧 어둑어둑해져 호텔로 돌아갔다. 모두들 2인1실로 짝을 지어 휴식을 취했다. 그러던 중 한 여자아이의 제안으로 모든 여학생들이 한 방에 모이게 되었다. 우리가 하려는 것은 바로 진실게임, 오로지 진실만을 털어놓아야 하는 게임이었다. 한 사람에 대해 알고 싶으면 그 사람과 함께 여행을 가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담아두었던 감정들, 좋았던 점과 기분 나빴던 점들을 하나 둘씩 털어놓으면서 진정한 친구가 되어가고 있었다.
사람은 자신과 마음이 맞는 사람과 어울리게 되어있다. 하지만 겨우 11명이라는 적은 인원들 속에서 자신을 끼워 맞추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자기랑 잘 맞는 사람도 있는 반면, 도저히 친해질 수가 없을 것 같은 사람도 있기 마련이므로. 그러나 그 벽을 깨고 다가가 하나가 되었을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기쁨이 뒤따라오게 되어있다. 나는 인내심을 배웠고 사랑을 배웠다. 상해 여행은 고작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나를 성장시켜 주었다.
다음날, 우리는 해피밸리라는 놀이동산에 갔다. 꽤 이름있는 곳이라 사람들이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을 이루었다. 이 날은 그냥 하루 종일 어마어마하게 큰 이곳에서 하루를 다 보냈었다. 가족과 놀이동산에 갔을 때와는 또 사뭇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우리는 그 순간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마지막 날, 우리는 과학박물관에 들렸다가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 정말 지나가지 않을 것만 같았던 4일이 모두 끝나버렸고 어느덧 우리 마음속에는 아쉬움만 남아있었다. 그러던 중 날씨로 인해 비행기는 연착이 되었고 우리는 공항에서나마 상해에서의 마지막을 불태웠다.
원래 아쉬움이 남아야 그리운 법이다. 언젠가 이 멤버가 그대로 모여 다시 상해로 여행을 떠날 날이 올 수 있을까? 지금은 각자 세계 곳곳에 떨어져 살지만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믿는다. 우리에겐 상해 여행이라는 인연의 끈이 있으니 말이다.
지금도 시간이 날 때면 여행 후 지갑 속에 모아둔 수족관, 서커스 장과 과학 박물관 입장 티켓을 보며 그때의 일들을 회상하곤 한다. 이렇듯 어떠한 여행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추억이 가득 쌓인 이번 여행은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유익한 영향을 주었으리라고 믿는다. 그저 잠깐의 즐거움이 아닌 마음속 깊이 오래도록 남을 기억을 함께 만든 친구들과 선생님들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