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 학생기자 / 소속, 요화국제학교
학교에서 하루 종일 캐롤송을 부르며 크리스마스 방학이 빨리 오기를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렸다. 12월 17일. 이 날은 바로 우리 가족이 유럽여행을 가기로 한 날 이였다. 새 학년으로 올라가 막 중간고사를 치르고 온갖 숙제들과 시험들에 짜증이 나 있던 나로서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방방 뛰지 않을 수 가 없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크리스마스 방학을 기회로 삼아 더욱 더 공부에 매진한다. 그것을 생각하면 뭔가 찜찜했지만 그래도 공부하는 것보단 밖에 나가 노는 것이 더 좋은 나는 수학 공식보다 유럽에 가있는 나를 상상하는 데 바빴다. 17일을 향해 느릿느릿 새겨져 가던 나의 책상 위 달력의 빨간 X표는 어느새 훌쩍 16일에 와 있었다.
나는 미친 듯이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가방을 하루 종일 싸면서도 나의 입 꼬리는 자꾸만 올라갔다. 맨 처음으로, 가장 중요한 나의 일용할 양식을 챙겨야 했다. 내가 좋아하는 과자들을 산더미처럼 챙기느라 엄마한테 혼났다. 엄마한테 혼나면서도 내 얼굴을 여전히 싱글벙글했다. 다음으로, 유럽은 많이 춥다고 하길래 두꺼운 옷들을 많이 챙겼더니 또 엄마한테 한 소리 들었다. 가볍고 얇은 옷으로 여러 벌 챙겨야 한다고.
결국은 내 가방은 엄마에게 맡겨졌다. 유럽으로 놀러 간다는 게 너무 좋아서 너무 들떠있었나 보다. 여행가기 전 날은 유럽을 생각하다 밤 늦게 잠이 들었다.
평소 학교 가는 날에는 그렇게도 무거웠던 눈꺼풀이 여행가는 당일엔 너무나 쉽게 떠졌다. 아침부터 이를 훤히 내보이며 활짝 웃었던 그 날은 정말 상쾌했다. 인천 공항에 가서 유럽 행 비행기를 탔다. 처음으로 내가 유럽 땅에 발을 디딘 곳은 영국 런던이었다. 12시간이었던 장기간 비행기 탑승으로 인한 피로가 말끔히 가셨다.
영국에서는 키가 훤칠하고 금발머리의 잘생긴 신사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멋쟁이 신사 숙녀들 못지 않게 웅장하고 멋있는 건축물들이 많았다. 잔잔한 안개 속에 적당히 가려진 런던브릿지(London Bridge)는 내가 꼭 영화 주인공인 것처럼 상상하게 만들었다.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Elizabeth)가 살고 있는 버킹검 궁전(Buckingham Palace)의 교대식을 봤을 때는 정말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책에서만 보던 멋진 제복과 까만 모자를 갖추고 열에 맞춰 위풍당당하게 걸어가는 근위병들의 모습은 나에게 엄청난 감동을 주었다. 교대식을 보고 있는데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였다.
내 기억 속에 제일 남았던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대영박물관이다. 박물관이 하도 커서 다 둘러볼 수는 없었지만 세계 각국의 유물들이 나를 끊임없이 놀래 켰다. 그 많은 전시품들 중 실제 이집트 미라는 너무 신기하고 오싹하여서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영국의 대표적인 음식 피쉬 앤 칩스(fish and chips-생선튀김과 감자튀김)와 스테이크(Roast Beef)도 맛 볼 수 있었다. 서양 음식인 만큼 역시나 너무 짰지만 통통한 생선과 바삭 한 감자튀김은 너무 맛있었다.
세련되었던 영국을 뒤로하고 이번엔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로 떠났다. 로마를 가기 전에는 재미없는 역사나 지루한 고대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되어서 별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로마에 도착하니 그런 생각들은 할 수도 없이 그저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콜로세움(Colosseum)이나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그리고 넓은 광장들을 직접 보니 입이 떡 벌어졌다. 거대한 콜로세움을 보니 내가 꼭 검투사의 경기를 보는 것만 같았다. 트레비 분수에서는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이 너무 많았다. 수많은 연인들을 뚫고, 트레비 분수를 뒤로하여 동전을 휙 물 속으로 던졌다.
그리고는 다시 또 로마에 올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 너무 예쁜 로마에서 그 소원을 빌 수 밖에 없었다. 로마에서는 하루 종일 나와 동생이 좋아하는 피자와 스파게티를 먹었다. 한국에서 흔히 맛 볼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피자에 많은 토핑은 없었고 빵이 매우 얇았다.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젤라또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이탈리아에 좀 더 있고 싶었지만 내 발은 스위스로 향했다. 영국에서 이탈리아로 갔을 때는 비행기를 탔지만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스위스로 갔다. 이탈리아에서 스위스로 가기 위해 국경을 넘었을 때는 너무 신기했다. 국경을 넘고 조금 더 달리니 스위스의 아름다운 경치가 또 한번 나의 카메라를 유혹하였다. 창문 넘어 보이는 산들은 모두 하얀 눈으로 덮여있었고 군데군데 산중턱에 지어져 있는 동화 속 같은 집들을 보며 나도 저기 살고 싶단 생각을 몇 번 이나 했는지 모른다. 스위스에서는 융플라우요흐(Jungfraujoch)라는 알프스 산맥의 봉우리가 가장 유명하다. 등산열차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멋진 전망대에 섰을 때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눈밭에 구르기도 하고 썰매도 타고. 정말 잊을 수 가 없다.
마지막으로 프랑스 파리로 갔다. 이번에는 스위스에서 기차를 타고 프랑스에 도착했다. 한국에서도 한번 못 타본 기차를 유럽에서 타보니 너무 행복했다. 가는 길에 집에서 싸온 음식들도 먹고 옆 외국인들과도 이야기 하다 보니 4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파리에서는 왕족들이 살았던 베르사유 궁전이 매우 유명하다.
모든 사람들을 압도하는 거대한 궁전을 보고 너무 놀랐다. 저녁 무렵의 에펠탑은 꼭 황금덩어리 같았다. 파리에서는 에스까르고라고 하는 달팽이요리가 유명하다. 조금 짜긴 했지만 쫄깃하고 맛있었다. 무엇보다도 파리는 내가 가장 기대했던 나라였다. 왜냐하면 이번 2012년 크리스마스를 파리에서 보내기 때문이었다.
역시 파리의 크리스마스 날은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반짝 반짝한 샹제리제 거리에 아기자기한 인형들과 산타클로스 분장을 한 사람들 그리고 맛있는 간식들까지 진열 되어 있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 반짝이는 크리스마스를 보낸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았다.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 그리고 프랑스까지. 12일 동안 이렇게 매력 있고 개성 있는 4개국을 경험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나를 재충전 시키는 기회도 되었고 가족과 함께 2012년을 특별하게 마무리 할 수도 있었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멋있는 경험도 많이 할 수 있게 해주신 부모님께 너무 감사하고 2013년에는 한층 더 커서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딸이 되기로 다짐했다. 괜히 짜증나고 스트레스 쌓일 땐, 한번쯤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모두 2012년 멋있게 마무리 하고 2013년도 멋있게 시작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