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에서부터 웬 날씬한 여자가 목발을 짚고 머리엔 노란 스카프를 두른 채 뚜벅뚜벅 거리며 청년의 눈에 점점 크게 다가왔습니다.
「혹 초록물고기님이시나요 ?」
「그럼, 바다님 맞나요 ?」
여자는 부끄러운 듯이 살며시 고개를 숙이더니 「이제 저를 보여 드리겠어요.」 하더니 여자는 안경을 벗고 스카프를 벗어서 나뭇가지에 걸었습니다.
그 순간 남자는 눈이 휘둥그레지고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여자는 얼굴에 흉터하나 없는 우유빛 얼굴에
이 목구비가 또렷한 굉장한 미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여자는 목발을 내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나무 밑 벤치에 앉더니 환한 미소를 지으며, 「놀랐나요 ? 처음부터 속이려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내 영혼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을 뿐이었습니다. 이제 당신의 바다에서 헤엄쳐도 될까요 ?」
청년은 물기어린 눈빛으로 와락 여자를 껴안았습니다. 멀리 바라보는 보리밭 위로 아지랑이가 아른아른 피어나고 있었습니다